- 디투엘교육 협동조합 대표 전은주
싱그러운 5월이다.
아까시 꽃 향이 청계산 자락 따라 자리 잡은 동네에 가득 차 있다. 걷다 보면 향기에 취하고 꽃을 따 먹었던 어린 시절처럼 향기로 몽글거린다. 누구나 이런 봄날 아까시 향 같은 경험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처음 초등학생들과 함께 생태교육을 했던 날도 이런 푸른 달이었다. 주변이 아파트로 둘러싸여 있지만 작은 숲이 있는 산으로 향했다. 초등 저학년 아이들은 아침 새처럼 조잘거리고 물가를 찾는 봄날의 개구리처럼 뛰어다닌다. 숲 앞에 다다랐을 때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여기는 청설모, 딱따구리, 박새, 하늘소, 나비, 각시붓꽃, 미나리아재비 등이 살고 있는 숲 마을인데, 우리가 오늘 이 친구들을 만나러 왔어요. 그런데 남의 집에 가서 함부로 하면 안 되겠죠?” 하며 나무를 꺽지 말 것, 예쁘다고 꽃을 훼손하지 말 것, 혼자서 길이 아닌 곳에는 가지 말 것 등등 긴긴 잔소리 교육을 하고 숲으로 들어섰다. 딱따구리 둥지가 있는 나무 밑을 지날 때였다. 마침 어미 딱다구리는 새끼가 있는 둥지로 먹이를 물고 다가오다 낯선 방문객의 소리에 불안한지 주변 나무에 애처로이 앉았다. 아이들이 이 모습을 보고 너도나도 손가락을 입에 대고 살금살금 걷기 시작했다. 우리는 어미 새가 놀라지 않도록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게 지나 왔다.
이처럼 우리는 자연속에서 온전한 평화와 아름다움에 머물수 있다. 자연은 조화와 균형을 찾아가며 서로를 돌보고, 아름답게 유지하도록 한다. 이는 우리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인류는 자연과의 관계에 있어 감각적으로 묶여 있는 온전 무결한 하나이며 우리가 지구를 호흡할 때 지구도 우리를 호흡하고 있다.
개발과 도시화로 인간 가까이 와서 살고 있던 딱따구리는 우리를 자연과 연결해 주었다. 우리의 자연적 성질을 일깨우고 올바르게 발현시켜 주었으며 연결된 자연스러움이 사람다움임을 알게 해 준 것이다.
산업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자연과 어긋난 삶, 자연과 분리된 삶을 당연시하며 살았다. 개발과 성장에 우선하여 자연을 파괴하고 정복하여 인류 편의를 촉진하는 것이 문명이라고 여겼다. 그로 인해 이제는 사회, 환경, 기후, 생태계에서 재앙이 나타나고 있다. 올 5월 파키스탄에서는 불어난 강물에 마을이 잠기고 다리가 휩쓸려 갔다. 이는 홍수도, 관리 부실도, 불량 건축도 아닌 온난화로 인한 엄청난 빙하가 녹아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자연계에서 발견되는 사랑과 지성, 균형을 부정하고 도리어 자연을 정복하며 분리되도록 배웠다.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혜택에 감사하고 그런 경험을 추구하며 존경하도록 가르치지 않았기에 우리의 삶은 상식적이지 않고 많은 문제들로 들끓게 된 것이다. 인성교육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길러주는 일’이라고 한다.
자연을 벗어나서 이루어지는 인성교육은 있을 수 없다.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유래하였고, 자연이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상호성과 조화, 균형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인간다운 품위를 가질 수 있다.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딱따구리 집을 지나온 아이처럼.
참고 - [자연에 말걸기. 마이클 코헨. 히어나우시스템. 2021]
백용권 기사입력 2022-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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